“과학의 본질에 대한 통념을 철저히 깨부숴준다” -장하석
과학기술은 사회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낙동강 녹조, 인공지능, 가습기 살균제, 원전, 유전자 가위, 동물실험…
과학과 사회, 같이 얘기 좀 합시다!
고래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다른 물고기들을 먹어치우는 포식자인가? 양측의 주장은 모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과학적 사실’은 존재하는 것인가? 토머스 쿤에 따르면 이런 논쟁은 ‘패러다임’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패러다임은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창한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틀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에서 홍성욱 교수는 쿤의 패러다임 개념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며, 과학적 이슈의 흐름을 설명하는 키(key)이다.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뻗어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하던 네트워크가 소멸되거나 다른 네트워크로 대체되기도 하고, 여러 네트워크가 하나로 응축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볼 때, 과학이 사회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또, 과학이 자연 본연의 속성이라기보다 ‘인간’의 활동임을 직시할 수 있다.
제목의 STS는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즉 ‘과학기술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과학의 발전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낳는다고 여겨지지만,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기술이야말로 과학의 핵심이다. 일례로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이라는 기술이 근대 열역학의 발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더 나아가 과학기술학의 시각은 과학의 발전 과정을 단순한 지식의 진보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 ‘살아 움직여온’ 역사로 보도록 이끈다. 이에 따라, STS를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즉 ‘과학기술과 사회’로 그 외연을 넓혀보고자 하는 것이 책의 목적이다. 과학과 기술의 민낯을 보려면 그 사회적 속성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이 책은 과학기술학의 시각을 널리 알리고 과학기술학의 담론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쓰였다. 책의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STS의 핵심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에서부터 독자 스스로 현대 과학에 참여하는 주체로 여기기까지 사고를 넓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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