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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vs. 비인간’
과학은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

홍성욱 교수가 말하는 네트워크는 인간과 인간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연결망까지도 포함한다. ‘비인간’이란 인간이 아닌 존재 전부를 총칭하는 말로, 기술, 자연물, 동식물, 논문 등 여러 유형을 포함한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비인간이 바로 ‘기술’이며, 따라서 기술이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것이 과학과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이다.
비인간들은 인간이 만들고 연구하는 대상이지만, 역으로 다시 인간에게 기술적·도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세기 초 뉴욕의 건축가 로버트 모지스는 존스 비치 공원을 설계하면서 흑인들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공원으로 들어오는 도로 위의 구름다리를 낮게 설계했다. 흑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의 차체가 높은 것을 이용해서 흑인들이 공원으로 들어오는 교통수단을 ‘기술’로써 통제한 것이다. 결국 공원은 백인들만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술과 인공물 같은 비인간이 한 사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담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강화하는 역할도 가질 수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비인간은 인간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지위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비인간들은 실제 세상으로 나오면서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로버트 모지스가 설계한 구름다리도 몇십 년 뒤 엉뚱한 문제를 일으켰다. 높이가 너무 낮게 설계된 탓에, 컨테이너 트럭과 같이 차체가 높은 차량이 지나가기에 아슬아슬해진 것이다. 심지어 컨테이너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비인간이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런 문제들은 과학자나 기술자가 비인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는 예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인간은 인간이 만들고 가공한 비인간들을 끊임없이 돌봐야 하며, 일종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사회적 담론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사회의 필요를 기점으로 만들어지지만 실제 사회에 적용되며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들게 되고, 이는 사회의 법적·윤리적 논의와 새로운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과학과 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영역이 있기에 사회와 과학의 끊임없는 소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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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테크노사이언스의 네트워크로 생각하기

제1장 인간과 비인간
테크노사이언스에게 실험실을 달라
고속도로, 과속방지턱, 안전벨트, 경로석
까칠한 비인간 행위자들
인간과 기계의 차이
로봇 과학자는 불가능한가
사냥꾼과 학자

제2장 네트워크로 보는 테크노사이언스
미 항공모함이 쿠웨이트까지 가려면
실험실 속 제왕나비
네트워크로 읽는 세상
패러다임

제3장 과학철학적인 탐색
세계는 하나인가
사실
법칙은 자연에 존재하는가
과학적 이론과 민주주의

제4장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융합
성공적인 팀과 리더십
거대과학의 리더십
잡종적 존재와 돌봄의 세상
불확실성
책임
과학과 과학기술학

미주 및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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